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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후기 (예술의전당 샤갈전, 2018년 6월 전시회)
2018년 기대 전시회였던,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회에 다녀왔다. 매달 전시회에 하나씩은 가려고 하는데, 6월 전시회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샤갈 전시회이다.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샤갈전이 아주 성황리에 끝났었는데 (나 역시 그 때 줄을 아주 길게 섰던 기억이 난다), 화가 샤갈이야말로 반 고흐와 함께 한국에서 사랑받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반 고흐의 작품이 태양빛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라면, 샤갈은 빛을 세심하게 여과해서 동화적인 색감으로 바꾼 화풍이라, 화려한 색감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만한 전시회이다.
- 화가 샤갈의 생애
전시회에 가기 전에, 샤갈의 생애에 대해 간략하게 알고 가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이 가진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작품은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생각을 반영하는 거울일 것이니 말이다.
마르크 샤갈은 1887년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가치와 전통을 중시하는 러시아 서부의 유대인 거주지역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22살이던 1910년에 파리에 도착했으나, 4년 뒤인 1914년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온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러시아에서 계속 머물게 되며, 사는 동안 또 다른 전쟁인 제 2차 세계대전까지 경험하게 된다. 고향에서 떨어져서 살았던 젊은 시절의 기억, 전쟁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이번 예술의전당 샤갈전을 통해 볼 수 있다.
샤갈은 화가이기도 햇지만 작가이기도 했다. 1921년에서 1922년까지는 모스크바에서 자신의 자서전읜 <나의 인생 My Life> 를 저술했고, 1932년에는 아내인 벨라 샤갈의 번역을 프랑스에서도 출판되며, 1960년에는 영문판도 출간된다.
- 샤갈 전시회 비교 (M컨템포러리 vs 예술의전당)
지금 서울에서는 샤갈 전시회가 두 개 열리고 있는데, 하나가 엠컨템포러리 (옛날 강남 리츠칼튼 호텔이 있던 건물에 새 호텔이 들어오면서 갤러리도 생겼다) 샤갈전이고, 하나가 예술의전당 샤갈전이다. 서울이 아닌 인천광역시 강화도에 있는 해든뮤지엄에서도 샤갈전이 열리고 있으니, 올해 2018년에 열리는 샤갈전은 총 세 개나 되는 셈이다.
강화도는 내가 가기엔 너무 멀고, 강남역 르 메르디앙 호텔의 M컨템포러리 샤갈전은 5월에 다녀왔는데, 색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은 별로 없고 흑백 작품이 많아서 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우중충하고 우울한 호텔 분위기에 흑백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더 우울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예술의전당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는 흑백 작품과 컬러 작품들이 잘 섞여있기도 했고, 미디어 아트를 통해 흑백인 작품에 색감을 불어넣는 것과, 평면 작품의 영상화 등 다양한 시도가 좋았다. 이번 전시는 이스라엘 국립박물관의 작품들을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샤갈의 친딸인 이다 샤갈이 기증했고 또 그녀가 있는 샤갈 재단의 관리하에 보존된 작품이라고 한다.
- 샤갈 러브 앤 라이프 Love & Life 전시회 @ 예술의전당 : 관람후기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샤갈전이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작품 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샤갈전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샤갈" 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어렸을 때 그가 유대인 마을 비테프스크에서 느끼고 기억했던 것들은 그의 판화가 실린 책 <나의 생애 My Life> 에서 발췌된 작품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큰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사람으로서 느끼는 분노와 좌절감이 드러나는 유화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보이는데, 바로 연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이 때 그의 연인이자 아내가 된 벨라 샤갈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샤갈은 벨라가 자신의 화풍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임을 자서전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책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드러나는 것들이 많다. 캔버스에 유채, 컬러 리소그래피, 또는 종이에 수채와 과슈를 이용하여 재현한 화려한 컬러감의 작품에서는 "사랑" 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따듯함과 부드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다.
또한 이번 예술의전당 샤갈전에서는 종교인으로서의 마르크 샤갈도 느낄 수 있다. 나는 종교가 없어 그 맥락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샤갈이 그린 종교적 모티브가 담긴 작품들은 (성경의 구절구절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 종교인에게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특히 샤갈이 이스라엘 하다사 병원 시나고그 (유대인 회당) 에 만들었다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는데, 이미테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2.5미터 크기의 스테인드 글라스 12개로 구성된 작품인데, 야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아들 12명과 그의 후손들로 구성된 12 부족을 형상화한 것이다. 르우벤, 시몬, 레위, 유다, 스블론, 잇사갈, 단, 갓, 아셀, 납달리, 요셉, 베냐민 부족을 각각 자세히 살펴보았다. 실제 실물로 보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러시아의 대 문호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죽은 영혼들> 의 삽화를 위해 작업한 에칭 작품들, 그리고 라퐁텐의 <우화 Les Fables> 에 들어갈 작품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고골의 작품은 알고 있지만 라퐁텐 우화는 아주 유명한 몇몇 에피소드만 알고 있는데, 다 읽고 갔다면 그림이 눈에 더 잘 들어왔을 것 같다. 두 작품을 제대로 읽은 뒤 재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기타 깨알같은 팁들
- 이번 전시회를 알차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샤갈전 오디오가이드 덕분이다. 3천원을 내고 빌렸는데,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대여시간 제한은 따로 없고, 하루 종일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모든 작품의 설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작품의 설명들이 수록되어 있었고 (만약 모든 작품의 설명이 다 있었다면 다 듣는 데 4시간 정도는 걸리지 않았을까 한다. 이번 예술의전당 샤갈전에 출품된 작품이 약 150점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알기 쉽게 설명되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이어폰은 한쪽만 있는 형식인데 귀가 좀 아프다. 내 귀가 사진 속 저 헤드폰의 구경보다 좀 커서 귀를 구겨넣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유선 이어폰을 가져가면 그걸 끼워서 쓸 수 있으니, 이어폰을 챙겨가면 편하게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디오가이드는 현장에서도 빌릴 수 있지만, 가이드온 GuideOn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미리 다운받을 수도 있다. 가격은 동일하게 3천원이다. 어플 내에서 결재가 가능하다. 핸드폰으로도 오디오가이드 기기에 나오는 텍스트들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챙기느라, 오디오 가이드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은 가이드온 앱을 설치해서 다운받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
- 나는 주말에 예술의전당을 방문해서 사람이 꽤 많았는데, 평일 낮에 방문하면 좀 더 쾌적한 관람이 될 것 같다. 전시관람객은 많았지만 다행히도 전시관 내부 공간이 여유있게 꾸며져 있어 이동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
- 전시관 입구에 키즈 아틀리에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길래 직원분한테 무엇인지 여쭤봤는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큐레이터가 작품 설명을 하고 또 아이들이 직접 샤갈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키즈 클래스 (수업) 을 듣는 공간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인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덜트 아틀리에도 있으면 좋겠다 ㅎㅎ
-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의 이미지로 만든 노트, 책, 퍼즐, 핸드폰 케이스가 기념품샵에 입점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샤갈의 연인들 작품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직접 보면 유화의 붓터치가 만들어내는 질감과 아우라가 정말 예술이다) 핸드폰 케이스와 노트를 사 왔다. 더 다양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트샵 제품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 마련되어 있고, 전시 티켓이 없는 사람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카드결제 가능, 현금결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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